외국에서 아기를 키우다 보면 여러 가지 언어 장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특히나 난감한 분야가 의료 분야이다.
사소한 것들은 그때그때 검색하면 되지만, 병원에 가서 의사와 대화할 때 라던지..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임신 중에도 의사와 상담할 때, 끄덕끄덕 아는 척도 하고 가끔씩 "그게 뭐예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의사가 설명해줘도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 남편도 의사 방을 나와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라고 물어보면, 남편도 모르겠다고.. (둘 다 아는 척하고 있었던 거.. ㅎㅎ)
수막구균( meningococcal) 이란
백신들은 특히 영어로 처음 들어보는 백신들이 너무 많았는데 수막구균이 그 중 하나였다.
내가 거주 중인 UAE에는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하는 백신들이 있지만, 권장되는 백신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수막구균 백신이다. 영어로는 meningococcal인데, 한국어로 들어도 잘 모르겠는데 영어로 들으니 더 헷갈린다.
수막구균은 급성 감염병으로, 주로 수막염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중증 질환이지만,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걸릴 경우 빠르게 온몸으로 퍼져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실제로 지인이 충고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유럽에 사는 친구의 아기가 수막구균에 걸려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고 한다...ㅠㅠ)
여기 UAE에서는 흔하지는 않기 때문에 권장되는 수준이지만, 이 나라에 특히 많은 국적 중 하나가 영국 사람들인데 이 수막구균이 영국에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다른 유럽 지역에서도 종종 발생한다고 하는데 남편이 유럽사람이라 갈 일이 잦기 때문에 맞히기로 결정.
백신 비용
수막구균 백신은 ACWY와 B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둘 다 맞기로 결심. "맞을 거면 두 가지 다 맞자"라는 생각이었다.
하나만 맞고 나서 다른 게 걸리면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
UAE에서는 의무 백신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으로 커버되지 않아서 비용이 꽤 비쌌다.
두 가지 백신을 다 맞으니 759디르함, 한국 돈으로 약 30만 원 정도 들었고,
두 세 달 후에 부스터를 맞아야 하므로 총 60만 원 정도가 들 예정이다. (찾아보니 한국에서 맞는 비용도 비슷한 것 같다.)
백신 접종 후기
1. 접종열
백신을 맞은 후, 우리 아기는 밤까지는 멀쩡했다. 오히려 에너지가 넘쳐나는 느낌. 그런데 평소 일찍 깨지 않는 아기가 새벽 3시에 깨서 침대 난간을 붙잡고 일어나서 울고 있었다. 머리를 만져보니 뜨거웠다. 체온을 재보니 37.3도에서 37.8도를 왔다 갔다 했다. 38도를 넘지 않으면 해열제를 줄 필요는 없다고 들어서 달래면서 재우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보채며 잠들지 못했고 결국 38.3도를 넘어서 아침 6시쯤 해열제를 줬다. 해열제를 준 지 10분도 안 돼서 푹 잠이 드는 우리 아기... (진작 줄 걸..ㅜㅜ)
2. 주사 맞은 자리 부어오름
양쪽 허벅지에 하나씩 맞았는데, 오른쪽 허벅지가 붉게 부풀어 올랐다.

만져보니 열감이 심했다. 만졌을 때 아파하거나 가려워하지는 않았지만, 보는 내가 다 안쓰러웠다. 차가운 수건을 계속 갖다 대 주었고, 결국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4일이 넘게 걸렸다.

3. 입가의 알레르기 반응처럼 나타난 발적 (원인 불명)
백신을 맞은 지 이틀 후,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이 입가에 알레르기 반응처럼 붉은 두드러기 같은 것이 올라와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먹인 것도 없고, 마지막으로 이유식을 먹인지 15시간도 더 지난 후라 음식 알레르기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급히 병원에 갔지만, 의사도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다. 백신으로 인해 이런 반응은 드물고 음식 알러지일 가능성도 적다고.. 결국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4~5시간 후에 증상이 완전히 사라져서 일단은 안심..
지금까지 여러 가지 백신을 맞혔지만, 접종열이나 이런 붓기 반응은 없었는데 수막구균 백신은 좀 더 강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다.(적어도 우리 아기에게는 ㅜㅜ). 두 달 후, 세 달 후에 또 부스터를 맞아야 하는데, 그때는 고생하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