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여행지가 될 줄 몰랐던 [인도 결혼식] 찐 참여 후기
안녕하세요 상냥한칠리 입니다.
올해 코로나가 터지기 전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분들도 있을 거고, 여행 전에 코로나가 터져버리는 바람에 못 가신 분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저는 올해 초에 인도 친구의 결혼식에 신부 들러리로서 초대받아 인도를 갔다 왔답니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가 금방 지나가고 가을쯤이면 또 여행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
그런데 결혼식으로 갔던 인도가 올해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올해 마지막 해외여행이자 우리와 너무 다른 이국의 "결혼식"을 체험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인도 여행 이야기를 공유할까 해요.
리얼 인도
인도에 간 게 당연히 처음은 아닙니다.
비행을 통해서 많이 가서 레이오버 중 승무원 동료들과 함께 근처 레스토랑이나 몰, 바 등에 간 적도 많았고 짧은 원데이 투어에 참여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비행을 통해서 가면 주로 큰 도시에 회사에서 잡아주는 어느 정도 고급 호텔에 묵게 됩니다.
또한 일 때문에 온 몸인지라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곤란해서 항상 몸을 사리게 되고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 장소들과 호텔 근처로만 다니게 돼요.
나름 여행 베테랑인 저희들이었지만 인도 역시 온갖 여행 호러 스토리가 많은 나라다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만,
다행히도 신랑이 직접 공항에 픽업을 와주고 신부가 예약해 준 호텔에 데려다 주어 안심이었습니다.
아, 여기서 호텔이라 하면 반짝 깔끔한 호텔을 떠올리실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여관보다 훠어어얼씬 못한 수준입니다...ㅜㅜ (침대 시트의 얼룩들과.. 여기저기 수북이 쌓인 먼지들.. 화장실은... 그냥 말을 않겠습니다ㅠㅠ)
하지만 신부가 나름 이 동네에서는 좋은 곳으로 찾아서 예약을 해준 거라 저희는 그저 고마웠죠.
신부가 호텔이 지내기에 괜찮냐고 물어볼 때 저희는 쓴웃음을 몰래 삼키며 😊👍👍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동시에도 신부 들러리 중 한 명이자 인도인인 회사 친구가 함께 이동하며 안내와 통역을 도맡아 해 주었죠.
덕분에 저희는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인도 어느 도시 한가운데에서 본 인도는 우리나라의 1960년대가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낙후된 모습이었습니다.(그 시대를 살아본 적은 없지만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두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첫 번째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은 것은 비행으로 갔던 다른 대도시들에서도 익히 보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텔에서 슈퍼마켓으로 간단한 생필품을 사러 가던 길, 보도에 큰 틈이 있어서 지하를 볼 수 있었는데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정말 쓰레기로 가득 찬 지하를 보니.. 이곳의 공기와 물.. 모든 것에 의심이 들기 시작하더군요ㅜㅜ
얼른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인도에도 도입-정착이 되어야 할 텐데요...
두 번째는 생사를 넘나드는 도로교통😱
인도의 운전은 이미 겪은 적이 있긴 합니다.. 틈이 보이면 무조건 비집고 들어가는 건 기본, 추월을 위한 역주행도 일상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하루는 러시아워에 호텔에서 식장으로 이동하던 어느 날, 핸드폰을 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도로가 차로 가득 찼더라고요.
차들이 6열을 이루고 서있는데 자세히 보니 차선은 3개뿐... 😂😱😂😱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역주행하는 차량들에 놀란 심장을 부여잡은 게 몇 번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앞좌석에 앉은 인도 친구는 너무 침착해서 이게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일인지 짐작이 가능했습니다..🙈
인도 결혼식 찐 참여
인도는 워낙에 큰 나라고 다양한 종교와 지방 문화가 섞여 있어서 결혼식 문화 역시 다양하지만 인도 결혼식 전통의 중심은 힌두교에 있습니다.
힌두들은 결혼이 없으면 윤회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결혼식의 인도 사람들의 일생에 가장 중요한 행사이자 '의무'라고 합니다.
때문에 인도 사람들은 결혼식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그 화려함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회사에 인도 국적의 동료들이 많아서 물어보면 대체로 하객은 2천~3천 명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기간 역시 한국처럼 하루 만에 끝나는 게 아니라 대체로 3일에서 일주일 내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 역시 원래 5일간이었던 결혼식 일정을 줄이고 줄여 4일로 만들었죠😂
기나긴 4일간의 이야기를 모두 할 수는 없으니 가장 기억에 남는 인도 결혼식의 하이라이트 몇 가지를 얘기할게요.
첫 번째, 화려함, 화려함, 무조건 화려함!
4일간 결혼식장의 테마와 신부의 드레스가 매일매일 바뀝니다.
신부는 정말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장식할 수 있는 모든 것과 모든 곳을 장식해요.
인도 결혼식 '만디'라고 불리는 주요 이벤트 중 하나는 신부와 신부 들러리들이 모여 앉아 헤나를 받는 겁니다.
이 헤나 역시 장식 중 하나인데요, 신부는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헤나를 손과 팔에 가득 새깁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지저분해 보인다는 생각도 했는데 자꾸 보니까 또 예쁜 것 같기도 해요ㅋㅋ)
저 역시 도전! 주로 손에 받지만 저는 회사 방침 때문에 손에는 받지 못하고 등과 팔에 받았어요.
결혼식 중에도 신부는 친척들에게 어마어마한 양의 선물(주로 장신구)들을 받는데... 정말 화려함의 끝판왕입니다..
저희 신부 들러리들 역시 신부가 맞춰준 화려한 금색의 인도 전통복 사리를 입고 제각각 장신구를 찼는데..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좋다'라는 인도 결혼식 정신을 이어받아 자꾸자꾸 장신구를 더 걸치게 되는 서로를 발견했답니다😂🙈
두 번째, 노래와 춤이 빠지면 인도 결혼식이 아니다.
발리우드의 나라답게 인도 결혼식 하면 빠지지 않는 일종의 댄스타임!
신랑 신부와 가족들, 친구들, 친지들이 춤과 노래를 선보입니다. 다들 재능이 대단해요.
네.. 저희들 입니다🤣
저와 친구 역시 신부 들러리로서 며칠간 미리 신부와 함께 연습한 무대를 선보였답니다😆😆😆
인도에서 핫한 노래 두 가지를 섞어서 인도 춤을 췄어요.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던지라, 다들 너무 열성적으로 좋아해 주셔서 잠시나마 한류 스타가 된 기분으로 둥둥 떠다녔답니다🤣
특히 마지막 날 저녁 가장 큰 피로연에 친구와 제가 한복을 입고 갔더니...
저희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시는 분들이 신랑 신부와 사진 찍으려 서는 줄만큼이나 길었다는..😂🙈
이날 역시 신부와 신부의 언니 동생들과 함께 그 지방의 전통 춤을 배우면서 신나게 놀았답니다💃
세 번째, 직접 참여하고 가까이서 본 의식
신부 들러리로서 여러 의식에 신부가 입장할 때마다 함께 입장하고, 가까운 친지들만이 참여하는 의식에도 참여하다 보니 정말 가까이서 힌두교의 결혼 의식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결혼식 문화와 달리 굉장히 종교적인 의식이라 신기하면서도 중요한 자리이니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긴장도 많이 했죠🙊
하지만 모든 자리가 다 긴장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랑이 백마를 타고 신부를 찾아가는 길을 행진하는 의식이 있는데, (친구네는 백마는 못 구했는지 차를 타고 행진했답니다😂)
행진 과정에서 음악 소리며 불꽃이며 꽃잎이며.. 아주 난리가 납니다 ㅎㅎㅎ 다들 춤을 추며 신나게 놀아요.
서로에게 쌀을 던지기도 하는데... 맞으면 진심으로 눈물 나게 아파요 😭😭 몇 번 맞고 저는 뒤로 빠졌다는..ㅋㅋㅋ
가까운 친지만 참여하는 작은 전통도 볼 수 있었답니다.
큰 그릇 안에 쌀과 물을 담고 반지를 안에 숨깁니다. 그리고 신랑 신부가 동시에 찾기 시작하는데 먼저 찾는 사람이 주도권을 쥔다는? 그런 의미라고 합니다 😂
신부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아서 먼저 찾아냈어요 ㅋㅋㅋㅋ
네 번째, 인도의 모든 음식 섭렵
결혼식에는 하객들을 위한 뷔페가 항상 차려져 있는데 99% 인도 음식이고 채식과 채식 아닌 음식들이 나뉘어 있습니다.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인도 요리까지 다 준비되어 있어서 정말 모든 인도 음식을 다 먹어보고 온 것 같네요.
4일간 인도 음식만 먹었는데 안 질렸냐고요?
전혀. 마지막 날까지도 엄청나게 맛있게 먹었답니다😋
(열심히 먹느라 사진은 하나도 못찍었어요😭🙈)
우리는 인도 음식으로 카레만 알지만 카레 종류만 수십 가지고 인도 빵인 난도 종류가 정말 다양합니다.
정말 맛있어요.. 다만 슬픈 것은 정말 맛있게 먹어도 이름을 까먹어서 찾아볼 수 없다는 거...ㅠㅠ
인도 이름 기억하기 너무 어렵ㅅ....🙉
다섯 번째, 인도 결혼식에 대한 편견이 바뀌다.
외국인으로서 인도 결혼식의 문화를 직접 경험했던 것은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적인 믿음으로 결혼을 매우 신성한 영혼의 결합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인도의 결혼식은 신부의 가족에게 막대한 지참금을 부담하고 신부를 '재산'으로 여겨 가부장적이고 구시대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인식을 많이 바꾸어 주었습니다.
신부인 친구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지참금은 없었고 결혼식 비용 역시 함께 부담했다고 하네요.
신부 가족에게 지참금을 요구하는 것은 사라지고 있는 구시대 문화라고 합니다.
인상 깊었던 의식 중에 하나였던, 신부가 친정을 떠나면서 머리 뒤로 쌀을 던지는 의식이 있었는데 물어보니 이 지역에서 여자는 '재물을 불러오는 여신'으로 여겨져서 신랑의 집으로 떠나기 전 친정에 재물 운을 나누어 주고 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쪽 지방에서는 여자가 귀하게 여겨진다고 해요)
인도 안에도 종교와 지방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인도 역시 조금씩이나마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가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도 않은 인도 여행이었지만 아마도 오랜 기간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기에 벌써 그립네요.
인도의 결혼식을 4일간 몸소 체험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왔습니다.
너무나 순수한 사람들과 함께 4일간 함께 하면서 웃고 떠들고 춤추고 놀았던 기억은 지금도 너무 선명하고 소중하게 남아있습니다.
코로나 19가 끝나면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신부&신랑과 조카 꼬마들에게 약속했는데...😢
그날이 올 수 있길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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