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비행

코로나 시대의 호주 비행, 3박 4일 호텔콕 이야기

상냥한칠리 2021. 2. 7.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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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호주 비행, 3박 4일 멜번 호텔콕 이야기

 

안녕하세요 상냥한칠리 입니다.

다시 비행을 시작한지 어느정도 되었는데요,

코로나 시대의 비행은 이전과는 너무 달라져서 아직 다시 일을 시작했다는 느낌이 많이 안들어요.

일단 승객이 확연히 적어졌네요.

보통 만석이던 비행들의 승객수가 절반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가 일하는 비지니스석은 텅텅 비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서비스도 승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서 안그래도 심심하던 비행이 더 지루해졌네요😅

일은 쉬워졌지만 그만큼 씁쓸하기도 합니다..

 

코로나의 영향을 더욱 더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비행이 바로 최근에 다녀온 호주 멜번 비행이었습니다. 

호주는 코로나 방역이 철저하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나라중에 하나입니다.

공항마다 하루에 입국할 수 있는 입국자 수가 제한되어 있어요.

때문에 항공사에서 판매할 수 있는 티켓 수 역시 제한되어 있고 그 가격도 비쌀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13시간 가량의 멜번행 편도 티켓이 이코노미석은 450만원, 비지니스석은 1200만원 정도 하네요)

다른 비행들과 달리 호주 비행은 준비부터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비행 48시간전부터 자가격리를 해야합니다.

게다가 파일럿과 승무원들은 비행 하루 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합니다. 

PCR검사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항체 검사까지 추가되서 혈액검사도 받아야 한답니다..😣

파일럿과 승무원들이 비행 전 - 비행 중에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은 항공사 측에도 굉장히 중요한 사항인데요.

바로 호주에 도착한 후 호주 당국의 격리 수칙 때문입니다.

호주에 도착 후 파일럿이나 승무원이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확인 될 경우 호주에서 격리/치료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이로 인해 비행이 취소되는 경우의 비용까지 모두 항공사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죠.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에 도착하는 모든 승객은 14일간의 격리를 거쳐야 합니다.

승무원은 호주발 비행 시간까지 호텔에서 격리를 해야하는데요,

저희는 호주에서 나가는 비행까지 무려 3박 4일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3박 4일의 레이오버는 꿈같은 이야기였겠죠. 

멜번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심지어 다른 도시에도 갔다올 수 있는 최고의 비행이었을 겁니다만...

코로나가 정말 많은 일상을 바꾸어 놓았네요.


3박 4일동안 호텔에 격리된채 창 밖의 풍경만으로 호주를 느껴야 하니까요🙈

코로나 시대에만 있을 수 있는 아주 독특한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호텔 격리 준비는 체크인부터 시작됩니다. 

간단한 안내 사항과 함께 특정 음식에 알러지는 없는지, 종교나 건강상 이유로 먹지 못하는 음식은 없는지 등등 음식 준비의 선호 사항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저는 알러지는 없지만 가능하면 음식을 맵게 조리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입맛😂)

후로 절대 호텔 방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격리 규칙과 곧 받게될 코로나 검사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방에 도착하면 문을 열어두고 기다리면 곧 의료팀이 와서 코로나 검사를 진행합니다.

이제까지 받은 코로나 검사와 비교해서 굉장히 부드럽고 아프지 않았지만 충격적인건 하나의 면봉 끝으로 입과 코를 다 검사하더라구요...😱🙉 (코부터 먼저 하지 않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코로나 검사 결과는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받을 수 있고 제 결과는 다행히 음성!

3일간 강제적 호캉스(?)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식사는 아침, 점심, 저녁마다 정해진 시간대에 호텔 직원이 문앞에 두고 문을 똑똑똑 두드리고 사라집니다.

 

방문을 열어보면 이렇게 선물 혹은 택배 마냥 음식이 배달와 있네요 ㅎㅎㅎ

내용도 매우 알차답니다. 대채로 메인과 에피타이저, 디저트, 그리고 음료 느낌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평소에도 늦은 아침과 저녁 두끼만 먹는 편인지라 양이 너무너무 많게 느껴집니다..😵

 

버리기에는 마음이 불편해서 다 먹으려고 하는데 도저히 불가능 해서 매 끼니마다 다 먹지 못한 메뉴를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냉장고가 꽉 차버렸네요😂🙈

 

하루종일 호텔 방에서 3박 4일이라니.. 너무 답답하고 우울할 것 같았는데 창밖으로 하루가 가는걸 보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하다보니 생각보다 금방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단지 배경이 바뀐 것 만으로도 어딘가에 놀러온 기분도 나구요ㅎㅎ 

점점 코로나 시대에 익숙해지나 봅니다. 

하지만 역시 밖에서 동료 승무원들과 햇빛을 쬐며 밖을 걷고, 새로운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도전해보고, 눈으로 직접 보고 쇼핑을 하던 그때가 너무 그리운건 어쩔 수 없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코로나가 잠식되는 그날을 간절히 기다려 봅니다.

이상으로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승무원의 호주 비행 일지를 마칠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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